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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럽고, 따분하고, 정신 사납게 만들어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일... <뉴스의 시대>중

kiku929 2014. 8. 9. 13:54

 

 

 

  민주정치의 진정한 적은 다름아닌 뉴스에 대한 적극적인 검열이라고 여기기 쉽다. 따라서 무엇이건 발언하고 출판할 자유가 문명

세계의 당연한 동지라고 생각하기도 쉽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정치적 의지를 가진 사람들의 진을빼는 데 검열보다 훨씬 더 교활하고 냉소적인 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가르쳐

준다.

  이 힘은 사람들 대다수를 혼란스럽고, 따분하고, 정신 사납게 만들어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일에 관여한다. 그리고 이는 가장 중요한

사안의 맥락을 대다수 대중이 단 한순간도 붙잡을 수 없도록 무질서하고, 복잡하고, 단속적인 방식으로 사건들을 보도하는 행위를

통해 이루어진다.

  권력을 공고히 하길 소망하는 당대의 독재자는 뉴스 통제 같은 눈에 빤히 보이는 사악한 짓을 저지를 필요가 없다. 그 또한 그녀는

언론으로 하여금 닥치는 대로 단신을 흘려보내게만 하면 된다.

뉴스의 가짓수는 엄청나되 사건의 배경이 되는 맥락에 대한 설명은 거의 하지 않고, 뉴스 속 의제를 지속적으로 바꾸며,

살인자들과 영화배우들의 화려한 행각에 대한 기사를 끊임없이 갱신하여 사방에 뿌림으로써, 바로 조금 전 긴급해 보였던 사안들이

현실과 계속 관계를 맺은 채 진행중이라는 인식을 대중이 갖지 않도록 조처하기만 하면 된다.

  이 정도면 대다수 사람들이 가진 정치적 현실을 파악하는 능력을 약화하는 데 충분할뿐더러, 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을 경우 사람들이

정치 현실을 바꾸기 위해 끌어냈을 결의를 훼손하는 데도 충분하다. 현상태는 뉴스를 통제하기보다 오히려 흘러넘치게 할 때

오래도록 충실하게 유지될 수 있다.

 

 

*<뉴스의 시대>중에서 / 알랭드보통 지음, 최민우 옮김 / 문학동네 (2014 )

 

 

 

 

 

알랭드보통의 따끈따끈한 신작이다.

부제로 이렇게 쓰여 있다.

'뉴스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

매일 우리에게 새로운 소식을 알려주는 뉴스.

나는 그 뉴스 자체에 대해 회의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저자의 말대로 얼마나 사실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믿을만 한 사건인지, 투명한지... 이런 관점에서만 뉴스를 접했던 것 같았다.

알랭드보통이란 작가를 많이 좋아하는데 언젠가부터 신간이 나와도 기존의 책과 크게 다를 게 없는 것만 같아 실망하기도 했지만

이 책을 읽으며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았던가.

뉴스를 보는 시각이 이 한 권의 책만큼 더 넓어지기를 기대하며 한 장 한 장 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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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인디언들에게 처음 신발을 공짜로 나눠준 후 나중에는 신발을 팔았다는 일화가 있다.

여기에서 그 의도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지 않을까?

똑같이 공짜 신발을 얻어신는다고 해도 의도를 알고 있는 사람에겐 그것은 자신의 판단에 의한 선택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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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온통 저의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