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마음

삶의 무게가 때로는 삶의 중력으로 작용한다...

kiku929 2014. 11. 4. 01:59

 

 

 

 

 

 

*

가끔 생각한다.

지금 내가 느끼는 무게가 어쩌면 지금 나를 살게 하고 있다는...

어쩌면, 어쩌면...

그 무게가 없었다면

난 손을 놓았을지도 모른다고...

 

날아가지 않도록 삶의 무게가

중력의 힘으로 나를 붙잡아 주고 있다고...

 

 

 

 

**

 

언젠가 읽었던 소설이 요즘 자주 생각난다.

(아마도 박완서 선생님의 소설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화자의 입장에서 이모는 부유하고 여유롭고 우아하고...

그래서 무엇하나 빠질 것이 없는 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아이들도 잘 자라주었고 남편도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그 이모의 삶은 겉보기에는 완벽해보였다.

그에 반해 자신의 엄마는 정 반대의 삶을 살았다.

일찍 남편을 잃고 가장이 되었으며 늘 말썽을 피우는 남동생의 뒤치닥거리를 하느라

돈은 늘 부족했다.

시장에서 물건을 팔고 식당에서 일을 하며 억척같이 살아가는 엄마...

그런데 어느날 이모로부터 유언같은 편지를 받는다.

그리고 이모집에 찾아가니 이모는 이미 숨이 멎어 있었다.

 

이모의 유언은 대충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자신은 불행하다고 말할 자격조차 갖지를 못하고 살았다는...

나는 그때 그 말에 많이 공감했다.

행복과 불행은 주관적인 것인데, 외향적 조건을 갖추었다고 해서 행복한 것이 아닌데도

그 이모는 자신의 불행한 순간 순간들을 누구와도 나눌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화자는 어쩌면 자신의 엄마같은 삶이 더 행복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적어도 엄마는 불행하다고 말할 자격은 있었으니까...

 

너무 오래된 이야기라 나의 기억이 왜곡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요즘 그 소설을 떠올리며 '그럴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

 

태어날 때부터 우리는 저마다의 모래시계를 갖고 태어났는지 모른다.

한 쪽의 모래가 다 빠져나갈 때까지 그냥 살아갈 뿐이라고 한다면

너무 염세적인 말이 될까?

 

하지만 그냥 살아가지만 순간을 열심히 살아내는 것, 

나는 그것이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어떤 목표에 도달하고 안하고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들이 내겐 더 소중해서이다.

결과는 과정에 자연적으로 따라오는 부산물같은 것이지 목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진인사대천명". 참 좋아하는 말이다.

 

 

 

****

 

자신을 버티게 해주는 것은

어쩌면 자유, 평화, 여유로움 같은 것이 아니라

주어진 삶의 무게라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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