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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떼를 쓸다 ,기척도 없이 2편 / 김경주

kiku929 2015. 10. 27. 22:05

 

 

 

새 떼를 쓸다

 

 

 

김경주

 

 

 

 

찬물에 종아리를 씻는 소리처럼 새 떼가

날아오른다

 

새 떼의 종아리에 능선이 걸려 있다

새 떼의 종아리에 찔레꽃이 피어 있다

 

새 떼가 내 몸을 통과할 때까지

 

구름은 살냄새를 흘린다

그것도 지나가는 새 떼의 일이라고 믿으니

 

구름이 내려와 골짜기의 물을 마신다

 

나는 떨어진 새 떼를 쓸었다

 

 

 

 

 

 

 

기척도 없이

 

 

김경주

 

 

 

 

새 떼에 걸려,

 

문장은 기척을 내기도 한다

 

내 얼굴에서 내려야 하는데

얼굴을 놓쳐버린 뺨처럼

 

문장은 행진곡을 못 듣고

횃불로 들어가

날을 지새운다

기척도 없이

 

아무도 모르게 내 난동과

잘 지내야 하는데

 

꿈속의 새가

내 베개 위에 침을 흘린다

침으로 기울고 있는

내 얼굴처럼

 

문장은 나의 타향살이다

 

기척도 없이

나를 떠난다

 

 

- 시집 <고래와 수증기>/ 김경주 , 문학과 지성사,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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