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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다 / 오규원

kiku929 2015. 10. 26. 21:33

 

 

                                                                                                                                       남이섬에서...

 

 

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다

 

 

 

오규원

 

 

 

 

  선언 또는 광고 문안

단조로운 것은 生의 노래를 잠들게 한다.

머무르는 것은 生의 언어를 침묵하게 한다.

人生이란 그저 살아가는 짧은 무엇이 아닌 것.

문득- 스쳐 지나가는 눈길에도 기쁨이 넘치나니

가끔은 주목받는 生이고 싶다--- CHEVAL‍IER

 

  개인 또는 초상화

벽과 벽 사이 한 女人이 있다. 살아 있는 몸이 절반 쯤만

세상에 노출되고 , 눌러쓴 모자 깊숙이 감춘 눈빛을 허리를

받쳐들고 있는 한 손이 끄을고 가고,

 

  빛 또는 물질

짝짝이 여자 구두 한 컬레가 놓여 있다

짝짝이 코끝에 영롱한 스포트 라이트의

구두 발자국.

 

 

 

[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다],문학과지성사, 1987.

 

 

 

 

*

오규원 시인은 보통 사람이 호흡하는 산소의 20퍼센트밖에 호흡하지 못하는 ' 만성폐쇄성질환'을 앓다 2007년

겨울에 타계했다. 임종 직전 "한적한 오후다 /불타는 오후다/ 더 잃을 것이 없는 오후다/나는 나무 속에서 자 본다" 라는 마지막 문장을

제자 손바닥에 써서 남겼다.   - <한국대표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민음사 - p28

 

 

 

그리고 수목장으로 생을 마감한 시인...

마지막까지 시인었던,  '시인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닌 '시인으로서의 삶을 마친 오규원 시인...

 

 

 

한적한 오후다

불타는 오후다

더 잃을 것이 없는 오후다

나는 나무 속에서 자 본다

 

 

 

 

 

<작품세계>

 

오규원의 시세계는 현실과 언어의 관계에 대한 성찰을 통해, 시에서의 언어의 투명성을 극단적으로 밀고 나간 과정으로 이해된다. 9권의 시집과 3권의 시론집은 이런 끊임없는 언어적 성찰과 미학적 갱신의 결과물고, 한국 시사에서 유례가 드물 정도로 시의 언어와 구조에 대한 예민한

자의식을 내장하고 있다.

.

.

오규원에 따르면 '날(生)이미지 시'란 "개념화되거나 사변화도기 이전의 의미, 즉 날이미지로서의 현상, 그 현상으로서 이루어진 시"를 뜻한다.

따라서 그의 시에서 중요해지는 것은 눈앞의 사실로 움직이는 감각 가능한, 그리고 확정되어 있지 않은 '이미지 = 의미들'이다.

 

                                                                                                                                                          최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