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을 켜는 사람
나희덕
심장의 노래를 들어보실래요?
이 가방에는 두근거리는 심장들이 들어 있어요
건기의 심장과 우기의 심장
아침의 심장과 저녁의 심장
두근거리는 것들은 다 노래가 되지요
오늘도 강가에 앉아
심장을 퍼즐처럼 맞추고 있답니다
동맥과 동맥을 연결하면
피가 돌 듯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지요
나는 심장을 켜는 사람
심장을 다해 부른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통증은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지만
심장이 펄떡일 때마다 달아나는 음들,
웅크린 조약돌들의 깨어남,
몸을 휘돌아나가는 피와 강물,
걸음을 멈추는 구두들,
짤랑거리며 떨어지는 동전들,
사람들 사이로 천천히 지나가는 자전거바퀴,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와 기적소리,
다리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동안
얼굴은 점점 희미해지고
허공에는 어스름이 검은 소금처럼 녹아내리고
이제 심장들을 담아 돌아가야겠어요
오늘의 심장이 다 마르기 전에
《시산맥》 2014년 여름호
*
길거리의 악사를 보고 썼다는 시....
심장을 마르게 하지 않는 일,
항상 아침 마다 새로운 심장을 꺼내어 하루를 보내는 일...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면...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가듯이 바라보라.
그리고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이다. -앙드레 지드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공에 스민 적 없는 날개는 다스릴 바람이 없다 / 이은규 (0) | 2015.11.02 |
---|---|
저녁의 염전 / 김경주 (0) | 2015.10.29 |
새 떼를 쓸다 ,기척도 없이 2편 / 김경주 (0) | 2015.10.27 |
빛이 사라진 그 집 / 김춘 (0) | 2015.10.27 |
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다 / 오규원 (0) | 2015.1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