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떼를 쓸다
김경주
찬물에 종아리를 씻는 소리처럼 새 떼가
날아오른다
새 떼의 종아리에 능선이 걸려 있다
새 떼의 종아리에 찔레꽃이 피어 있다
새 떼가 내 몸을 통과할 때까지
구름은 살냄새를 흘린다
그것도 지나가는 새 떼의 일이라고 믿으니
구름이 내려와 골짜기의 물을 마신다
나는 떨어진 새 떼를 쓸었다
기척도 없이
김경주
새 떼에 걸려,
문장은 기척을 내기도 한다
내 얼굴에서 내려야 하는데
얼굴을 놓쳐버린 뺨처럼
문장은 행진곡을 못 듣고
횃불로 들어가
날을 지새운다
기척도 없이
아무도 모르게 내 난동과
잘 지내야 하는데
꿈속의 새가
내 베개 위에 침을 흘린다
침으로 기울고 있는
내 얼굴처럼
문장은 나의 타향살이다
기척도 없이
나를 떠난다
- 시집 <고래와 수증기>/ 김경주 , 문학과 지성사,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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