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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百의 그림자> 작가의 말

kiku929 2015. 12. 27. 22:20

 

 

 

                                                                                              photo  by    윤가영 -  따뜻함이 묻어 있다

 

 

 

 

어제 오늘 소설 <百의 그림자>를 읽고 있다.

빨간책방의 이동진님이 소개해준 책이어서 독서목록에 올려놓고는 이제야 읽게 되었다

맨 끝의 작가의 말이 좋아 옮겨본다.

 

 

 

작가의 말

 

 

 

여전히 난폭한 이 세계에

 

좋아할 수 있는 (것)들이 아직 몇 있으므로

 

세계가 그들에게 좀

 

덜 폭력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왔는데 이 세계는

 

진작부터

 

별로 거칠 것도 없다는 듯

 

이러고 있어

 

다만

 

곁에 있는 것으로 위로가 되길

 

바란다거나 하는 초

 

자기애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다만

 

따뜻한 것을 조금 동원하고 싶었다

 

밤길에

 

간 두 사람이 누군가 만나기를 소망

 

한다

 

 

모두 건강하고

 

건강하길

 

                                                                                                     2010 년 6월

                                                                                                            황정은

 

 

 

 

 

*

 

"따뜻한 것을 조금 동원하고 싶었다" 이 말이 따뜻해서 좋다.

이 소설에서 전하고 싶었던 작가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더 좋은 것은 전하고자 하는 그 마음을 문장 속에 쏟아붓는 것이 아니라 담담히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담백함이 오히려 애잔하다.

 

우리 시강의 선생님께서는 무례하지 말라는 말을 자주 하신다.

무례하다는 것은 지위가 높거나 권력이 많거나 하는, 나보다 위인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말이라고

 

무례하지 않는다는 것이 사실 쉽지는 않다.

항상 생각은 하지만 나역시 나도 모르게 우월감을 느끼고 싶은 욕구가 종종 생긴다.

물론 그 우월감은 상대가 나보다 아래라는 판단이 들 때이다.

참 비열한 욕망이다. 정말로 별 것도 아닌 것을 조금 더 가졌다고 무슨 행세를 하려 하다니...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인가 하면

"세계가 그들에게 좀 덜 폭력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말 때문이다.

요컨데 그 폭력이란 것이 사람이 사람에게 무례한 데서 오는 것이겠구나,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