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척박한 가슴에 온 봄
김 영 승
우리 동네 향긋한 들길 걸으면 두엄냄새
상큼히 코끝 찌르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학동들
등에 멘 예쁜 가방 위에 쌓인
변두리 황토 흙먼지
과수원 나무 사이사이 쥐불은 검게 타고
목장 젖소들 음매음매 되새김질 하는데
작은 교회 지붕에 숟가락처럼 걸린 십자가도
눈물겹고 이제 다시 돌아온 탕자의
무거운 발길 또 무섭다
무슨 변고가 또 있을까
나 같은 죄에 물든 미물도 다 살아가는데
새싹이 돋을 거라고 꽃이 또 필 거라고
그 무슨 못다 기다린 슬픈 사람이 남아 있다고
봄비가 내리듯 술로 적셔야겠다
썩은 고목에 버섯이라도 돋게 해야겠다.
― 시집『취객의 꿈』(청하, 1988)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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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나이 30세 전후에 쓰여졌을 듯한 시...
'숟가락 처럼 걸린 십자가'라는 표현에서 세상에 대한 선생님의 연민이 느껴진다.
아니, 시 전반에 그러한 연민과 허무가 물씬하다.
'돌아온 탕자'가 바라보는 생명 가득한 봄, 그 봄의 풍경이 어떨 지...
다시 첮아온 봄...
지금의 봄은 또 그때와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물론 연민의 감정은 변함없으리라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시인이고 시를 쓰는 힘이기도 할 테니까...
2016.04.08 야외수업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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