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고
신미나
십년 넘게 기르던 개가
돌아오지 않았을 때
나는 저무는 태양 속에 있었고
목이 마른 채로 한없는 길을 걸었다
그때부터 그 기분을 싱고, 라 불렀다
싱고는 맛도 냄새도 없지만
물이나 그림자는 아니다
싱고가 뿔 달린 고양이나
수염 난 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 있지만
아무래도 그건 싱고답지 않은 일
싱고는 너무 작아서
잘 알아보지 못할 때가 많다
풍선껌처럼 심드렁하게 부풀다가
픽 터져서 벽을 타고 흐물흐물 흘러내린다
싱고는 몇번이고 죽었다 살아난다
아버지가 화를 내면
싱고와 나는 아궁이 앞에 앉아
막대기로 재를 파헤쳐 은박지 조각을 골라냈다
그것은 은단껌을 싸고 있던 것이다
불에 타지 않는 것들을 생각한다
이상하게도
ㅡ 시집 『싱고, 라고 불렀다 』(창비, 2014)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 그래서 설명이 안 되는 감정들...
슬픔 그리움 외로움 쓸쓸함...
이 모든 감정들이 속해있는 감정을
시인은 하나의 단어, '싱고'라고 명명한다.
얼마나 간명한 시적 정의인가!
불에 타고 남은 재 속에서 발견되곤 하던,
반짝이며 나를 바라보던 껌을 싸고 있던 은박지...
그 은박지에서 내가 느꼈던 알 수 없는 감정을
이 시를 읽으며 이해하게 되었다.
끝내
타버릴 수 없는 것,
가라앉을 수 없는 것,
그리고 잊혀질 수 없는 어떤 것에 대해...
그 싱고 같은 감정에 대해서..
아마 싱고에 몸이 있다면 토토로 같은 모습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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