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새의 죽음
조용미
죽은 참새가 마당에 떨어져 있다
목련나무 아래
납작해진, 이미 며칠이 지난
새의 주검
질경이 위에 누워 있는
그 작은 것을 나는 그냥 둔다
목련나무 아래 잠든 새의 죽음을 보라고
꽃이 떨어지듯
풀이 마르듯
고요한 시간들을 그냥 두고 보려고
상복보다 더 하얀
새의 죽음
저 작은 새의 죽음만으로도
모든 봄을 기억해낼 수 있으리라
허공 속에 잠시 피어난
붉은 꽃들,
죽은 것은 더 이상 피를 흘리지 않는다
-시집『삼베옷을 입은 자화상 』중에서 / 문학과지성사
*
죽음, 아니 주검...
주검의 모습만큼 경건한 것은 없는 것 같다.
그것이 사람이든 새이든 지렁이든 달팽이든,
떨어진 꽃잎까지도...
살아 온 시간들, 그리고 그 시간들이 드디어 마침표를 찍는 순간.
그 순간만큼 고요한 순간은 없으리라, 숭고한 순간도...
주검 앞에서 최고의 애도는 침묵 뿐,
그리고 한 주검의 침묵을 가만히 기다려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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