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픈 사람들을 가엾어 하노라
김영승
저녁 등꽃 香
藤 줄기 사이로 저녁 하늘이
하늘의 빛이 조금
보이고
이 등꽃의 香은
香의 洗禮 같다 위에서
아래로
나의 전신을
전 영혼을
씻는다
아픈 아내여
일어나라,
등꽃 꽃잎이
뚝뚝 진다
-《시와시학》(2016년 봄호)중에서
*
아침, Josh Groban의 'Let Me Fall'을 이 시와 함께 듣고 있다.
올해는 모든 꽃들이 빠르다
내 기억 속의 등꽃은 5월 중순경에 피어나고는 했다.
그런데 벌써 등꽃이 흐드러진다.
꽃이 빨리 피면 뭔가 손해보는 것 같다고 내가 아는 그 사람은 말했다.
선생님의 신작시, '나는 아픈 사람들을 가엾어 하노라'.
아픈 아내여
일어나라,
등꽃 꽃잎이
뚝뚝 진다
여기서 하마터면 울 뻔 했다.
아무런 기교도 없는 저 단순한 말이 왜 그렇게 가슴을 울리는지.
이런 시가 선생님이 늘 강조하시던, 바로 '思無邪'가 아닐런지....
꽃잎이 '뚝뚝'진다는 표현에는 아픈 아내에 대한 시인의 심정이 어떤지를
말해준다.
흐린 봄 날... 지금도 등꽃은 피고 있으리.
등꽃이 다 떨어지기 전,
몸 아픈 사람들은 다시 일어나 남은 봄 길을 마저 걸었으면...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비 / 함민복 (0) | 2016.05.03 |
---|---|
공원 外 1 / J .프레베르 (0) | 2016.05.01 |
풀의 신경계/ 나희덕 (0) | 2016.04.29 |
보고 싶은 오빠 / 김언희 (0) | 2016.04.29 |
냉이꽃 / 송찬호 (0) | 2016.0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