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나는 아픈 사람들을 가엾어 하노라 / 김영승

kiku929 2016. 4. 30. 10:50





   




나는 아픈 사람들을 가엾어 하노라




김영승




저녁 등꽃 香


藤 줄기 사이로 저녁 하늘이

하늘의 빛이 조금

보이고


이 등꽃의 香은

香의 洗禮 같다 위에서

아래로


나의 전신을

전 영혼을

씻는다


아픈 아내여

일어나라,


등꽃 꽃잎이

뚝뚝 진다




-《시와시학》(2016년 봄호)중에서



 



      *

아침,  Josh Groban의 'Let Me Fall'을 이 시와 함께 듣고 있다.


올해는 모든 꽃들이 빠르다

내 기억 속의 등꽃은 5월 중순경에 피어나고는 했다. 

그런데 벌써 등꽃이 흐드러진다.

꽃이 빨리 피면 뭔가 손해보는 것 같다고 내가 아는 그 사람은 말했다.


선생님의 신작시, '나는 아픈 사람들을 가엾어 하노라'.


아픈 아내여

일어나라,


등꽃 꽃잎이

뚝뚝 진다


여기서 하마터면 울 뻔 했다.

아무런 기교도 없는 저 단순한 말이 왜 그렇게 가슴을 울리는지.

이런 시가  선생님이 늘 강조하시던, 바로 '思無邪'가 아닐런지....


꽃잎이 '뚝뚝'진다는 표현에는 아픈 아내에 대한 시인의 심정이 어떤지를

말해준다.


흐린 봄 날... 지금도 등꽃은 피고 있으리.

등꽃이 다 떨어지기 전,

몸 아픈 사람들은 다시 일어나 남은 봄 길을 마저 걸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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