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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은... 비둘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kiku929 2010. 1. 12. 21:34

 

                  

                                                                                                                     photo by, golden fish

 

 

보행은 마음을 달래 줬다.

걷는 것에는 마음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어떤 힘이 있었다.

규칙적으로 발을 하나씩 떼어놓고, 그와 동시에 팔을 리듬에 맞춰 휘젓고,

숨이 약간 가빠 오고, 맥박도 조금 긴강하고, 방향을 결정할 때와 중심을 잡는 데 필요한

눈과 귀를 사용하고, 살갗에 스치는 바람의 감각을 느끼고

-그런 모든 것들이 설령 영혼이 형편없이 위축되고 손상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다시 크고 넓게 만들어 주어서- 마침대 정신과 육체가 모순 없이 서로 조화롭게 되는

일련의 현상들이었다.

 

비둘기 中 / 파트리크 쥐스킨트(유혜자 옮김) , 열린책들

 

 

 

우울하거나 답답할 때 걷는 것만큼 기분을 좋게 하는 일은 없는 것 같다.

내가 나와 친구되어 함께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밀착의 행위이다.

속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어 좋고 세밀한 동작 하나하나까지 다

모든 것이 내 마음대로이니 좋다.

 

사색하고 싶을 때는 아주 느리게, 우울할 땐 좀 더 빨리 걸으며 걷는 행동에

내 마음을 집중시킨다.

그리고 슬플 땐 마구 뛴다. 생각이 나를 쫓아오지 못하도록 내가 생각보다 앞질러 간다.

그러다보면 마음과 몸이 스스로 균형을 잡게 되는 시점이 찾아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