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대한 신경준의 사유는 『도로고 (道路考)』속에 들어 있다. 그는 말한다.
무릇 사람에게는 그침이 있고 행함이 있다. 그침은 집에서 이루어지고 행함은 길에서 이루어진다.
맹자가 말하기를 인 (仁)은 집안을 편하게 하고 의 (義)는 길을 바르게 한다고 하였으니, 집과 길은
그 중요함이 같다. 길에는 본래 주인이 없어, 그 길을 가는 사람이 주인이다.
신경준의 길은 도덕적 가치와 상징들 사이로 뻗어나간 공적 개방성의 통로이다.
이 공적 개방성의 통로 위에서, 길을 가는 일은 달리기가 아니라 '행함'이고,
길의 의로움은 집의 어짊에서 출발해서 집의 어짊으로 돌아온다.
신경준의 지리책을 읽을 때,
집에서 길로 나가는 아침과 길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저녁은 본래 이처럼 신선하고
새로워야 마땅하다.
-《자전거 여행》중에서 p228 / 김훈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많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 (0) | 2016.08.24 |
---|---|
제1회 <형평문학상>수상자 김영승 시인과의 대담 중에서 (0) | 2016.08.16 |
독서와 사랑은.... (0) | 2016.06.25 |
여름날 연꽃이 처음 필 무렵이면 (0) | 2016.06.24 |
만일 진실로 '하고자 함이 없는 도, 不疑之道'에 이른다면 (0) | 2016.0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