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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꽃의 영문은 four-o'clock이라고 한다.
네 시, 밥 하는 때를 알려주는 꽃이라고 하는데
내가 기억하기로 분꽃은 그보다는 늦게 피었던 것 같다.
아파트 화단에 분꽃이 심어져 있어 오며 가며 난 꼭 분꽃을 바라본다.
아, 나에게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꽃!
나의 얼굴에는 엄마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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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바람이 불었다.
그리고 비가 내렸다.
나무들이 바람에 심하게 흔들렸다.
그 흔들리는 잎새를 보면서 희열을 느꼈다.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풍경...
풍경도 그리움이 된다.
길지 않은 비였지만 그 한차례의 비가 내려
지루하게 느껴졌던 여름 더위에 생기가 입혀졌다.
아무리 좋은 날씨라도 일년 내내 변함이 없다면 얼마나 갑갑할까.
비 오고 눈 내리고 바람 부는 날씨의 변화가 그동안 내 삶에
얼마나 행복하게 해주었던 것인지를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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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에 잃었던 식욕이 다시 살아 난 요즘,
음식이 맛있고 많이 먹게 된다.
식욕이란 것은 컨디션의 척도인지도 모른다.
맛있게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계절의 변화를 몸이 먼저 아는 것이 참 신기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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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심해질 필요가 있다.
특히 쓸모 없다고 이미 판단한 일에 대해서는.
그것도 훈련이리라.
나의 감정을 불필요하게 소모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