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기별 / 김훈 [생각의 나무]

kiku929 2010. 1. 13. 17:00

 

                             

 

 

 

 

김훈의 에세이로는 "밥벌이의 지겨움"에 이어 두 번째 읽은 책이다.

이 에세이에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 피난 시절을 회상하는 이야기

그리고 글에 대한 자신의 철학, 발표된 책들의 서문,수상 소감들이 쓰여있다.

자신에게로 좀더 가까이 렌즈를 들이대고 쓰여진 산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말이라는 것은 허약한 것이죠. 내가 무슨 말을 하거나 칼럼을 써서 자기 의견을 주장했다고 칩시다.

아주 고귀하고 고매한 진리를 말했다고 칩시다. 나의 생각과 정 반대로 얘기를 해도 훌륭한 말이

됩니다. 그 반대로 이야기 해도 또한 말이 성립이 되고 훌륭한 담론이 되고 멀쩡한 틀이 되는 것이예요.

그럼 나의 말을 무엇인가. 나의 주장은. 그것은 남의 언어에 의해서 부정당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리고 나를 부정한 남의 말, 그것은 또 다른 언어에 의해서 부정됩니다. 이 허약한 것이야말로

언어의 힘인 것입니다. 언어란 바로 그렇게 무너지고 수정되듯 허약한 것이기 때문에 그 안에

소통할 수 있는 힘이 들어 있는 것이죠. 그렇지 않고 언어가 완강한 돌덩어리처럼 굳어져 다른

언어에 의해서 절대로 부서질 수 없다면, 그것은 언어가 아니고 무기입니다. 그런 언어는

소통되는 것이 아니죠."     -p136

 

 

다시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언어는 부서질 수 있어야 한다는 거,

그것이 언어의 힘이라는 거,

그것이 소통이라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