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찾아 읽게 된 김훈의 단편소설이다.
(염치없게도 소설의 전문을 복사해서 나의 '문학' 방에 올려놓았다. ^^;;)
주인공인 '나'의 '추은주'를 떠올리는 장면은 김훈의 에세이 '바다의 기별'편과 많이 유사하다.
아마도 모티브가 이 화장에서 나온 '추은주'란 여자인듯 싶다.
작가 자신도 그 부분이 맘에 들었던 것일까?
뇌종양 판정을 받게 된 아내의 투병생활들을 사실감있게 그려내면서
-그의 글이 언제나 그렇듯이 객관적, 삼자적 관점에서- 또 한편으론
딸과 비슷한 연배이면서 부하직원인 추은주에 대한 마음속의 흠모가 동시에 그려지고 있다.
결국 아내의 죽음으로 화장하게 되고 추은주란 여자도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나'를 둘러싼 비현실적인 세계가 거미줄 걷히듯 사라지는 것이다.
소설의 제목이 '화장'인 것도 이와 같은 선상에 있다고 본다.
읽고난 후의 느낌은 한마디로 슬.프.다...,허.하.다...
왜 인간의 내면은 이리도 복잡한 것일까.
왜 인간은 이리도 추상적일까.
보이지 않는 실체, 닿을 수 없는 실체가 아이러니컬하게도 인간의 내면에서는
여느때보다도 또렷하게 존재감을 갖게 되는 이 현상을 뭐라 설명할 수 있을까.
사랑이 그런 것이라면,
사랑이 수증기처럼 언제든 증발할 수 있는 불안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만질 수 없을 때 더없이 강력한 흡인력을 갖는 것이라면,
우리가 믿는 사랑은 어쩌면 신기루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찌보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 자체가 현실과 환상의 구분이 없는 모호한 하나의 세계인지도...
모호한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그림자처럼 살아가는 일이 아닐까...
족적을 남기지 않는, 바람처럼 살다가는 사람...
아니면 환각같은 안개를 말끔히 걷어내고
실존이라는 가장 확실한 감각인 '오늘'만을 살아가는 사람이든지...
2009.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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