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소담출판사)

kiku929 2010. 1. 12. 21:39

                     

 

 

에쿠니 가오리라는 일본 여류작가가 결혼한 지 2년이 지난 무렵에 쓴 에세이로

자신의 결혼생활을 통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청아한 목소리로 조용조용 담고 있다.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생활에서 얻어지는 기쁨과 설렘, 남편과 함께 다듬어져가는 두 사람의 생활,

그러면서 느껴지는 어쩔 수 없는 외로움들이 담겨 있다..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은 것은 "밥"이었는데 나중에 시간 되면 타이핑해서 올려볼까 한다.

 

이 책을 내가 재미있게 읽은 것은 책 속의 두 사람 사이가 나와 남편 사이랑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나와 남편은 라이프스타일이 전혀 반대의 사람들이다.

좋아하는 책, 영화, 여행 할 때의 스타일, 취미, 잠자는 시간, 옷 입는 것. 식성, 삶에 추구하는 것까지 모두 다르다.

하지만 우리가 무난하게 살 수 있는 건 가치관이 비슷하고 서로를 인정한다는 것.

 

우린 상대를 나의 스타일로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서로 편한대로 산다. 나와 다른 걸 비난하지도 않는다.

산책할까? 물어봐서 피곤하다고 말하면 그냥 혼자 간다.

내가 보기에 좋은 옷이라고 해서 남편에게 입히지 않고 남편 역시 자기 원하는 머리 스타일을 내게 권유하지 않는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이 그가 가고 싶지 않은 곳이라면 혼자서 나중에 가든지 한다.

 

밖의 일은 남편의 몫이고 집안에서의 모든 일은 나의 몫이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은 언제나 내게 조른다.

아빠에게 물어봤자 "엄마랑 얘기해봐."라고 말하니까.

그리고 내가 오케이하는 것은 모두 통과이다.

그러니 본의 아니게 집안에서의 내 결정권과 발언권은 가히 초법적이라 할 수 있다. ㅎ~

하지만 경제권은 없다. ㅜㅜ

 

휴일 아침이면 난 식구들에게 오늘 하루 일정-몇시에 영화보고 외식한다든지, 아니면 쇼핑한다든지...-

을 말하고 그럼 각자 그 시간에 맞춰 자기일을 하다가 함께 시간을 보낸다.

함께 하는 시간은 가족 모두 반드시 지켜줘야 한다.

함께 하는 공간과 함께 하지 않는 공간이 우리집은 명확하다.

 

결혼 생활이란 따로 또 같이, 혹은 같이 또 따로라고 생각한다.

부부는 '파트너', 가정을 함께 운영하는 '동업자' 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들어...

 

 

"오늘도 우리는 같은 장소에서

전혀 다른 풍경을 보고 있다.

생각해 보면 다른 풍경이기에 멋진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났을 때,

서로가 지니고 있는 다른 풍경에 끌리는 것이다.

그때까지 혼자서 쌓아올린 풍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