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는데 거의 한달이 걸렸다.
책을 여유롭게 읽을만한 환경이 제한된 탓도 있지만 사실은
그보다 너무 내 마음에 든 책이기 때문에 아껴읽고픈 마음에서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내가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가하면 난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글귀나 다시 생각하고픈
대목이 나오면 한쪽 귀퉁이를 접어놓고는 하는데
이 책은 거의 모든 페이지가 접혀있어 딸의 말을 빌리면 책의 두께가 두배로 부풀어올랐다.
이 책은 1인칭 소설로 나와 '클로이'라는 여자와의 만남과 사랑 그리고 이별, 그 후의
이야기를 담은 내용이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사랑에 빠지면 필연적으로 그려지는 곡선- 상승과 지속, 하향 내지는 등등-을 따라가며
심리적으로 철학적으로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어찌나 그 비유가 참신하고 적절하고 섬세한지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두 사람 사이의 일들을 너무 진지하게 철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희극처럼 웃음이 난다.
그러니 재미있는 심리학, 혹은 쉬운 철학서라고 해도 무방할 듯.
'나'는 클로이와의 사랑과 이별을 통한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온갖 학문적 지식으로
고민하고 번뇌하면서 두번다시 사랑하는 실수나 후회는 되풀이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나중에는 세상과 단절하는 금욕주의에까지 이르게 된다-
결국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 여자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또다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아주 어처구니 없이... ^^
"레이첼의 모습은 나에게 금욕주의적 접근방법의 한계를 일깨워주었다.
사랑에 고통이 없을 수 없고, 사랑이 지혜롭지 못한 것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잊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랑은 비합리적인 만큼이나 불가피했다.
불행히도 그 비합리성이 사랑을 반박하는 무기는 되지 못했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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