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도 이브도 없는/ 아멜리 노통브 (이상해 옮김, 문학세계사,2008)

kiku929 2010. 1. 13. 17:02

                      

 

 

 

내가 읽은 아멜리 노통브의 작품으로 두 번째의 소설이다.

 

이 소설은 '린리'라는 일본 남성과 '아멜리'라는 프랑스 여성의 연애와 이별을 담은 내용이다.

색다른 반전도 없는 심각하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소설이다.

하지만 읽고나면 그 여운이 한참이나 오래간다.

 

'좋아하다'와 '사랑하다'의 그 차이,

그것은 왜 아멜리가 린리를 그토록 좋아하면서 그리고 약혼까지 받아들였으면서

린리의  청혼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별에 대한 한마디의 언급도 없이

일본을 도망쳐야 했는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아멜리가 린리에게 어느날 말한다.

"있잖아. 너한텐 악이 없어"

그 말은 좋아는 하지만 사랑의 감정을 불러일으키진 않는다는 정곡을 찌르는 말이기도 하다.

 

아멜리는 생각한다.

'왜 쾌락을 누리면 늘 그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것일까? 왜 쾌감의 대가는 늘 원초적 가벼움의

상실일까?'

'넌 네 의사를 분명히 밝힘으로써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었어. 감히 싫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해.

헛된 희망을 품게 하는 건 좋지 않아. 모호함은 고통의 근원이야.'

 

그렇게 수없이 자신에게 말하면서도 그녀는 끝내 자신의 속내를 말하지 않은 채

자신의 고국인 벨기에로 약혼자에게 잠시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도망치듯 일본을 떠난다.

그리고 비행기 안에서 그녀는 자신에게 날개를 달은 것마냥 가벼워짐을 느낀다.

그녀는 내려다보이는 후지산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한다.

'늙은 후지, 난 널 사랑해. 이렇게 떠남으로써 난 널 배반하는 게 아냐. 달아나는

사랑의 행위인 경우도 있어. 난 사랑하기 위해 자유로울 필요가 있어. 난 너에 대해 느낀 서로의

아름다움을 보존하기 위해 이렇게 떠나. 부디 변치 마.'

 

그리고 7년이란 세월이 흘러 아멜리는 작가로서 일본을 방문하게 되고 거기서 린리와 재회하게 된다.

짧은 만남, 그리고 린리는 헤어지면서 말한다.

"너에게 사무라이들이 나누는 우애의 포옹을 해주고 싶어"

그녀는 그 말에 눈물이 나올만큼 감동한다. 그리고 그와 깊은 포옹을 나눈다.

그는 7년이라는 세월을 통해 두사람 사이의 가장 정확한 말을 찾아낸 것이었다.

사랑이 아닌 우애...

그 정확한 한마디,'우애'는 두사람에게 어울리는 아름답고 고결한 말이었으며

함께 했던 시간들을 끝까지 곱게 간직할 수 있게 해주었던 단어이기도 했던 것이다.

 

 

2009.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