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맞게 좋다'는 말이 참 좋다.
알맞다, 라는 말은 두루 적용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음식에도 간이 알맞아야 맛있는 요리가 되고 사람과의 거리도 알맞아야 오래 갈 수 있으며
물질도 알맞을 만큼 있는 것이 행복의 조건일 테니까.
'알맞다'라는 말은 '적당하다'는 말로도 쓸 수 있겠지만 '알맞다'의 어감이 훨씬 좋다.
입춘도 지나고 우수도 지났다.
햇살은 따사로워지고 바람이 부각되는 계절이다.
봄이다!, 라고 말하면 성급할까?
어제 막내가 열흘 간의 긴 일본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건강하게 잘 지내다 온 것 같아 흡족하다.
항상 마음이 놓이지 않는 아이인데 혼자서 준비하고 스케쥴을 짜고 숙박을 정하는 것 보고는
이제는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은 자라게 되어 있다. 몸도 마음도.
어제는 식구들 모두 모여, 그러니까 일곱명이 모여 "뉴욕반점"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
양장피, 유산슬, 깐쇼새우, 쟁반짜장, 짬뽕, 유린기, 만두... 푸짐하게 먹었다.
아이들이 반씩 부담했다.
식구들이 모두 모이면 이상한 기분이 든다.
뭔가 세월이 나를 밀어내며 어떤 자리에 앉혀준 느낌, 그런데 그 자리가 언제나 어색하기만 하다.
친정엄마, 장모,라는 이름에는 어떤 이미지가 따라온다.
김치나 밑반찬을 해다주고 딸 살림네 대소사를 챙겨주는 그런 이미지...
그런데 나는 그런 모습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좀 미안할 때도 있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기도 했다.
그것이 알맞은 것이고 그것이 최선이리라.
오늘은 모처럼 여유롭다.
공원에 나가 산책을 하고 와야지... 그리고 병원을 다녀오고...
올 해 나의 모토는 "회복"이다.
몸과 마음, 그리고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다시 찾는.
봄이다!
올 봄에는 뭔가 잘 정리하면서 나에게 충실한 날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기쁘다.
이런 작은 의욕이 생겨나는 것을 느낄 때 살아있다는 실감을 갖게 되니까.
그렇다, 나는 살아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