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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진흙 항아리 두 개

kiku929 2017. 3. 2. 09:53



제우스는 인간에게 기쁨과 슬픔도 보냈다. 올림포스의 궁전 입구에는 커다란 진흙 항아리 두 개가 놓여 있었다.

한 항아리에는 세상의 모든 선이 담겨 있고, 나머지 항아리에는 세상의 모든 악이 담겨 있었다. 제우스는

선과 악을 모두 끄집어내어 지상의 인간에게 보냈다. 제우스가 악의 항아리에서 꺼낸 선물을 받은 인간은 불행으로

끝날 운명이었다. 불운을 피할 방법은 없었다. 왜냐하면 그것이 신들을 다스리는 통치자의 의지이기 때문이다.

선의 항아리에서 나온 선물만 받은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지만 그러한 경우는 거의 들어보지 못할 정도로 매우 드물었다.

선과 악을 똑같이 받은 사람은 누구든 만족할 이유가 있었다. 인간의 운명은 고통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전지전능한 제우스는 단언했다

"불멸의 신들도 기쁨과 쓰디쓴 슬픔을 아는데, 고통을 겪는 것은 인간의 운명이다."


- 『그리스 신화』중에서 (열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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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운명은 '고통을 겪는 것',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신화에서조차 이렇게 명시되어 있다.

신화 역시 인간이 만든 것이므로, 그렇다면 인간 스스로 그것이 인간의 운명이라고 인정했던 것일까.

그러나 '누구든 만족할 이유가 있었다'는 이 말을 곰곰 생각하게 된다.

고통과 슬픔이 인생의 궁극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인생은 고통과 슬픔을 뛰어 넘은 그 무엇의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그것은 불멸의 신에게서 조차 없는

인간만의 특권인지도 모른다.

살수록 삶은 어려운 것이다. 먹고 사는 일마저 쉬운 일이 아니다.

야생의 동물이 먹이를 구하는 것처럼 인간도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오늘 아침 창 밖으로 봄이 오고 햇살이 따스하다.

이것은 인간의 고통을 공감하는 신의 선물일 것이다.

저 햇살 한 줌에서 신의 인간에 대한 연민을 느낀다.

이러한 선물이 없었다면 어떻게 인생이란 긴 시간을 건너갈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