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 로버트 뉴턴 팩(김옥수 옮김, 사계절)

kiku929 2010. 1. 13. 17:04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않던 날

 

 

 

자전적 소설이기도 하다.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그날은 주인공 소년의 아버지가 세상과 이별한 날이다.

소년의 아버지의 직업은 돼지를 잡는 사람,
하지만 성실하게 가정과 이웃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다.
누구에게도 폐를 주지 않고 소박한 꿈을 꾸면서 자신이 부자라고 생각하는 아버지,
아들을 통해 조명되는 아버지의 모습은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것만큼 한 사람의 일생이 아름다운 것이 어디있을까.

 

첫 장을 넘기면 이런 글이 나온다.

'우리 아버지 헤븐 팩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돼지 잡는 일을 하시던
아버지는 참 다정다감하셨습니다.'


'다정다감'이라는 말이 이토록 진실된 언어라는 걸 처음 느꼈다.
누군가 나에게 어떤 엄마이기를 바라냐고 묻는다면
난 이제부터 서슴없이 '다정다감한 엄마'라고 말할 것이다.


책장을 덮을 무렵 흐르는 눈물을 닦아야 할만큼 슬프고도 감동적인
동화같은 한 권의 책이다.


2009.12.17

 

 


"아빠, 노을지는 하늘보다 멋있는 색은 없는 것 같아요.
나는 노을이 너무나 좋아요. 아빠는 어때요?
내가 묻자 아빠가 이렇게 대답했다.
"하늘은 바라보기에 참 좋은 곳이야.
그리고 돌아가기에도 좋은 곳이라는 느낌이 들어."


"로버트, 뭐든 제대로 하려면 시간이 걸리는 법이야. 어설프게 두 번 하는 것보다
확실하게 한 번 잘하는게 낫다."

 

"하루 일이 끝나면 씻고 또 씻는데도 돼지 냄새가 좀처럼 떠나질 않아.
그래도 네 엄마는 조금도 불평하지 않았어.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단 한 번도
내 몸에서 지독한 냄새가 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단다. 언젠가 내가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말한 적이 있지."

"그러니깐 엄마가 뭐랬어요?"

"엄마가 말하길, 나한테서 성실하게 노동한 냄새가 난다더구나.
그러니 창피하게 여길 필요가 없대."

 

조금 전에 핑키를 죽인 손이었다. 아빠가 죽였다. 그래야 했기 때문이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일이었다. 그래서 아빠 역시 굳이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할 필요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얼굴을 쓰다듬으며 눈물을 닦아 주는 아빠 손이 모든 걸 말해 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