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을 떠나며
우대식
파울첼란의 시에 이런 구절이 있었던가
아름다운 시절은 흩어져 여자 등에 반짝인다고
시선을 거둔다
운명이란 최종의 것
정선 강가에 밤이 오면
밤하늘에뜨는별
나에게 당신은 그러하다
성탄절의 새벽길
눈이 쌓이기 시작하면 기찻길 옆 제재소에서는
낮은 촉수의 등이 켜지고
이미 오래전에 예언한 미래가 사라지는 것들을 받아내고 있다
선명한 모든 것들을 배반하며
산기슭으로 흐르는 눈발 속에서
당신의 얼굴을 그리는 일은 또 언제나 부질없다
가끔 당신을 생각한다
생각하며 밥을 먹는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밥을 남긴다
이것이 나의 마지막 사랑이다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독차가 사라진 거리 / 김이강 (0) | 2017.08.02 |
---|---|
공터 / 최승호 (0) | 2017.08.02 |
신문 / 유종인 (0) | 2017.07.31 |
반성 608 / 김영승 (0) | 2017.07.03 |
푸른 손의 처녀들 / 이이체 (0) | 2017.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