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정선을 떠나며 / 우대식

kiku929 2017. 8. 1. 09:15




정선을 떠나며



우대식



파울첼란의 시에 이런 구절이 있었던가

아름다운 시절은 흩어져 여자 등에 반짝인다고

시선을 거둔다

운명이란 최종의 것

정선 강가에 밤이 오면

밤하늘에뜨는별

나에게 당신은 그러하다

성탄절의 새벽길

눈이 쌓이기 시작하면 기찻길 옆 제재소에서는

낮은 촉수의 등이 켜지고

이미 오래전에 예언한 미래가 사라지는 것들을 받아내고 있다

선명한 모든 것들을 배반하며

산기슭으로 흐르는 눈발 속에서

당신의 얼굴을 그리는 일은  또 언제나 부질없다

가끔 당신을 생각한다

생각하며 밥을 먹는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밥을 남긴다

이것이 나의 마지막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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