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공터 / 최승호

kiku929 2017. 8. 2. 11:07





공터



최승호




아마 무너뜨릴 없는 고요가

공토를 지배하는 왕일 것이다

빈 듯하면서도 공터는

늘 무엇인가로 가득 차 있다

공터에 자는 바람, 붐비는 바람,

때때로 바람은

솜털에 싸인 풀씨들을 던져

공터에 꽃을 피운다

그들의 늙고 시듦에

공터는 말이 없다

있는 흙을 베풀어주고

그들이 지나가는 것을 무심히 바라볼 뿐,

밝은 날

공터를 지나가는 도마뱀

스쳐 가는 새가 발자국을 남긴다 해도

그렇게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다

하늘의 빗방울에 자리를 바꾸는 모래들,

공터는 흔적을 지우고 있다

아마 흔적을 남기지 않는 고요가

공터를 지배하는 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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