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마음

김치 담근 날

kiku929 2017. 11. 16. 01:56




김장철이지만 김장은 아니고 얼마간 먹을 김치를 담궜다.

시어머님이 살아계실 때는 한번도 김장을 담지 않았다가 돌아가신 후 배추 열 포기와 무김치를 담그었다가 일주일 몸살을 앓은 적이 있어서

그후로는 조금씩 나눠서 담궈먹는다.

그래도 김치를 담글려면 하루 일이다. 시장에 가서 장을 보고 집에 와서 다듬고 절이고 속에 넣을 것 준비하고...

겨울이 오기 전에 한번 더 담궈서 김장을 대신할 생각이다.

요즘은 팔목이 자주 아파서 무거운 것을 드는 일이 힘들다. 

저거 끌고 오는데도 엄청 무거웠다. ㅜㅜ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인류의 위대한 발명중 하나가 '바퀴'라는 데는 전적으로 공감이다.




시래기를 옷걸이에 묶어서 베란다에 걸어 말릴까 한다.

이런 일들이 재밌다.

지금은 한겨울에도 푸성귀를 먹을 수 있는 시대이니 굳이 겨울 양식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지만 뭔가 겨울을 준비한다는 기분이

들어서 뿌듯하다.

나물들을 말려서 겨울에 무쳐도 먹고 쌀과 함께 밥을 져서 비벼도 먹고... 그런 삶들이 참 좋다.

시래기 요리를 맛있게 하는 법을 배워야겠다.


어머니는 연탄을 광에 가득 들여놓고나면 든든하다고 하셨다.

광에는 배추랑 무 같은 겨울 양식이 있었다.

단단한 감도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홍시가 되어가는 감. 그것을 기다렸다 먹는 재미도 있었는데...

점점 그 계절만이 느낄 수 있는 감성들이 사라진다. 

지금 세대의 아이들은 나이 들어 겨울을 어떻게 기억할까?








'바람마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마음에 드는 나  (0) 2018.01.09
나보다 먼저 죽은 사람을 떠올리는 일  (0) 2017.12.20
가을 볕이 한창이다  (0) 2017.11.08
시인의 삶  (0) 2017.09.10
'안나 카레니나'를 읽는 여름  (0) 2017.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