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마음

가을 볕이 한창이다

kiku929 2017. 11. 8. 13:34


-사랑초가 예쁜 2017년 가을






창밖의 플라타너스가 흔들릴 때마다 나뭇잎 수십장이 바람에 날아간다.

오늘은 볕이 좋고 바람이 부는 날, 저 정도의 풍속은 아마도 초속 2~3미터 정도 될 것이다.

화초를 키우면서 일조량과 바람의 세기 등등 날씨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일기예보에 바람의 세기까지 살피게 된 것은 화초를 베란다 난간에 올려놓고나서부터이다.

초속 5미터 이상이면 제법 강풍이어서 그때는 화초들을 안으로 들여다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오전 내내 베란다에서 시간을 보냈다. 노란 잎들을 따주며 화분 하나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해마다 그 해 유난히 예쁘게 자란 화분이 있게 마련인데 올 해는 사랑초가 참 예쁘게 자란다.

꽃도 쉼없이 피어나고 잎도 무성하다. 동산같이 둥글게 잎들이 퍼져있어서 모양도 참 예쁘다.


작년에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화초들이 시원찮았는데 올 해는 70퍼센트 정도 회복이 된 듯 하다.

내년 봄이면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내 옆의 책상 위에는 읽을 책들이 산더미다.

당분간은 새 책을 들이는 일은 삼가해야겠다. 읽지 않은 책은 뭔가 숙제를 남겨둔 기분을 갖게 한다. 

그것이 내가 읽고 싶은 책이었을 때 더 그렇다. 그러나 시간은 없고 - 참 이상하다. 왜 갈수록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낄까- 책은 쌓여가고 마음의 짐 또한 무거워진다.

참 바보같은 짓이다. 나는 다독보다는 정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또 그것이 내게 어울리는 독서법이기도 하다.

책은 지식이나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깨닫기 위해서 읽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많은 양의 지식을 안다는 것은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니다. 하나라도 깨닫고 그 깨달음이 체화될 때 가치 있는 것이 아닐까.

요즘 내가 즐겨보는 프로그램 중에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가 있다. 

내가 그 프로를 자주 보는 것은 자연 속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나의 자연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도 있겠지만 그들이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값지게 와닿기 때문이다.

자연을 자기 몸으로 겪으면서 얻은 깨달음의 말은 한치의 거짓이나 포장이 없을 것이다. 

아주 뻔한 말이지만 그들이 하는 말은 가슴에 울린다. 

자연에서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사람들, 그 속에서의 평화... 동화되지 않고는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나의 꿈이라면 작은 텃밭 하나 갖는 것이다.

끼니를 위해 장이나 마트를 가는 것이 아니라 작은 바구니를 하나 들고 텃밭에 나가 이것 저것 따와서 물에 씻어 된장국을 끓이고 나물을 무쳐 식탁위에 올리는 것이다. 


꼭 그렇게 되지 않는다 해도 나는 점점 내 삶을 심플하게 만들어갈 것이다. 

아무튼 나는 내 주변을 점점 작게, 적게, 정리해가는 중이다.





2017년 11월 8일 베란다...






'바람마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보다 먼저 죽은 사람을 떠올리는 일  (0) 2017.12.20
김치 담근 날  (0) 2017.11.16
시인의 삶  (0) 2017.09.10
'안나 카레니나'를 읽는 여름  (0) 2017.08.02
  (0) 2017.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