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이사 간다
리산
말을 타고 천천히 숲을 통과한다
계절은 도처에 잠복해 있고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잎의 리베르 탱고
여기를 통과하면 푸른 바다에 당도할 것이다
바다는 아주 멀리 있어
오, 말을 타고 천천히 숲을 통과한다
도처에 잠복해 있는 계절
여름의 숲에서 가을을 보고 가을의 숲에서 봄을 본다
계절은 도처에 잠복해 있으므로
후암동은 남지나해의 일몰로
장작불의 푸른 연기 속으로 범람하는 롬바르디 대평원으로 갈 것이다
나는 나에게 걸맞는 계절들을 호명하며
고독의 말을 타고 천천히 숲을 통과한다
고독의 말이 아주 먼 곳으로 나를 데려다줄 것이다
-시집『메르시, 이대로 계속 머물러주세요』(창비,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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