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화
신동혁
식탁보에 꽃이 수놓아져 있다
바람이 불면
나는 가시넝쿨을 뒤집어쓴다
창밖이 보이지 않아 벽을 기어오를 때
빈 접시들을 떨어뜨리고
나의 두 팔을 길게 떨어뜨릴 때
식탁보는 돌아오는 것이다
이미 불타버린 채
내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다
지내는 동안
어디선가 무섭게 꽃이 번지고 있어서
불이 눈을 뜨고 있어요
불과 나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잠시 얼굴을 묻어보았을 뿐인데
아침은 없고
아침을 닮은 고요만 남아 있듯
식탁보에 꽃이 수놓아 있다
덮지도 펼치지도 못한 채
바람이 분다
-《시인동네》2018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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