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꽃

 

                    

                                                                                                                                   황금물고기님

                     

 

 

 

'꽃눈 처리'라는 것이 있는데 영하의 기온에서 15일 정도를 지내야 제대로 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고 합니다.

흔히들 계절을 놓치고 핀 꽃들을 '바보꽃'이라고 하는데 그들을 바보꽃이라 부르는 이유는

열매를 맺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꽃들이 열매를 맺지 못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꽃눈 처리, 다른 말로

바꿔 말하면 고난이라는 시간을 겪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달팽이 걸음으로 제주를 보다 p238  / 김민수 .안그라픽스

 

 

 

 

어디 꽃뿐일까.

인생도 사람과의 관계도 모두 꽃눈 처리할 시간을 거쳐야만 열매를 맺는 법.

 

갈수록 사람과 사람 사이에 바보꽃만 무성해진다.

피기만 할 뿐 홀씨로도 날아가지 못하는 바보꽃같은 인연들...

만남은 많아지고 우린 나날이 고독해진다.

 

말이 없어도, 가만히 있어도 그 존재만으로 마음이 환해지는 자리 하나

누군들 꿈꾸지 않을 리 없겠지만서도.

 

 

 

 

가까이 갈 수 없어

먼발치에 서서 돌아왔다

내가 속으로 그리는 사람마냥

산이 어디 안 가고

그냥 거기 있어 마음 놓인다

 

<산> 정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