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시집 속의 自序들은 daum 카페 <시사랑> 게시판에 올려진 글에서 가져온 것임을 밝힙니다>
시가 시시한 시대일수록 시시하지 않는 시를 써야 한다.
2018년 여름 서울에서 최승호
*
그동안 시는 나의 돛이자 덫이었다. 시가 부풀어 나를 설레게 했고 사해를 항해하게 햇으며 닻 내릴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그리하여 어디에도 머물지 않는 글쓰기가 가능하도록 일깨워 주었다. 그러나 때로 시는 나를 괴롭혔다. 버리기 싫은 덫처럼 말이다.―「시작 노트」
[방부제가 썩는 나라],문학과지성사, 2018. 詩 때문에 그것 아닌 것들을 많이도 아프게 했는데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는지. 그것이 나의 삶일지라도 헛살았다는 느낌. 내가 욕한 것들과 나는 얼마나 닮아 있으 며 또한 닮으려고 안달했는지 들켜버리게 되었으니.
그래도 한때는 최선을 다해 방황했다.
1993년 봄 김중식
[황금빛 모서리],문학과지성사, 2017.(1993) |
누군가 건네준 낙엽을 맛보는 밤
긴 잠이 겨울밤을 숨길 수 있는가
2018년 6월
강성은
*
작년에는 남자였다가
올해부터 여자가 된 사람
어제는 노인이었는데
오늘은 아기가 된 사람
작년에는 동물이었다가
올해부터 식물이 된 사람
어제까진 지구인이었는데
오늘은 외계인이라는 걸 알게 되고
겨울이면 얼고
봄이면 녹는
불 없이 타오르고
물 없이 익사하는 사람
많은 창문을 가진 사람 바람 부는 밤 덜컹이는 덧문들을 그는 어떻게 잠재울까 모르는 길들이 대추 잎사귀처럼 반짝거리며 나타났다 「암모니아 애비뉴」를 들으며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간 아이를 생각했다
[Lo-fi],문학과지성사, 2018.
나는 근본주의자였다. 두 손으로 번갈아 따귀를 맞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해탈과 혁명의 양안兩岸에 머리 찧을 때 나의 시 또한 종교이자 이념이었다.
지상에 건국한 천국이 다 지옥이었다.
삶은 손톱만큼씩 자라고 기울었다. 지구를 타고 태양을 쉰 번 일주했다. 봄 새싹이 다 은하수의 축전祝電이었다, 천국은 하늘에, 지옥은 지하에, 삶과 사랑은 지상에.
2018년 여름 김중식
[울지도 못했다], 문학과지성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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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잘 도착했습니다 '잘'이라는 부사가 생략하는 것들과 함께
[로라와 로라], 민음사, 2018. |
늘 마음만 남고 몸은 숨는다. 내 나름의 시 이론서를 하나 쓰고 싶었으니, 이 책으로 대신한다.
2018년 4월 김포에서 박철
[없는 영원에도 끝은 있으니], 창비, 2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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