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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귀찮음을 떨치고

kiku929 2020. 11. 21. 19:48

 

아침에 일어나 귀찮음을 떨치고 침대를 정리한다.

사소한 일이지만 나는 하루의 시작부터 이겨냈다.

 

첫 번째에서 이겼다면 두 번째에서도 이길 것이고,

그렇게 이겨낸 경험이 쌓이면 승리는 습관이 될 것이다.

 

 

-「「다산의 마지막 습관」」 조윤제 지음  (청림출판, 2020)  P90

 

 

 

 

 

내가 가슴에 새기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칸트의 '정언명법'이다.

 

정언명령이라고도 하는데 검색하면 다음과 같이 나온다.

 

정언 명법 [定言命法]

  • 칸트 철학에서, 행위의 결과에 구애됨이 없이 행위 그것 자체가 선(善)이기 때문에 무조건 그 수행이 요구되는 도덕적 명령

나는 이것을 내가 어떤 다짐을 할 때마다 그것은 정언명법 같은 것이어서 '네'라고밖에 답할 수 없는, 그러니까 내 자신에게 스스로 내리는 명령이라 여기며 실천하려 애썼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렇게 다짐해도 자주 그 다짐은 무너지고는 했다.

그렇다고 중간에서 포기하게 된다해도 스스로를 탓하거나 낙담하지도 않았다.

그럴때면 생각과 실행 사이에는 거리가 있는 것이며 인간은 모두 그 사이에 있다고, 낙관적이라는 것은 더 좋은 길로 가고 있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라는 법륜 스님의 말씀을 떠올리면서 설령 포기한다 하더라도 실행한 만큼은 나의 것이라는 위안도 할 줄 알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귀찮음을 떨치고 침대를 정리하는 일은 참으로 사소하지만 그 사소한 일이 이렇게 문장으로 쓰여지고  마음에 와닿게 되는 것은 그 사소한 일을 매일같이 지키는 일은 쉬운일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수행이란 이런 사소한 일을 몸에 배게 하는 일이 아닐까.

마음먹은 일을 꾸준히 하는 것, 넘어져도 일어나 웃으며 다시 시작할 줄 아는 것,

자신을 괴롭히지 않고 비관하지 않고 그렇게 앞으로 조금씩 나아갈 줄 아는 것, 아마도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내 핸드폰 프로필에 이런 글귀를 적어두었다.

"걷는 자 닿고, 행하는 자 이룬다" 작은 언니가 전해준 말이다.

 

일을 시작하고나서 집에가면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휴일도 없이 아침 8시 30분에 나와 10 30분에 집에 돌아가는 생활...

한번 소파에 누우면 그대로 텔레비젼을 틀고 멍하니 바라보다 12시가 넘어 겨우 씻고 잠자리에 든다.

그리고 아침이면 점점 엉망이 되어가는 집안을 뒤로 하고 현관문을 닫고 가게로 나온다.

그때마다 자신에게 느끼는 자괴감은 이렇게 사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다.

살아가는 목적이 전도된 삶, 잘 살기 위해 일해야 하는데 일하기 위해 잘 사는 일이 점점 망가진다.

 

그래서 다시한번 내게 칸트의 정언명법 같은 명령을 내린다.

제일 먼저 설거지는 꼭 하고 잠들자고.

아침마다 치우지 못한 집안을 현관문 속에 구겨넣고 오는 것 같은 우울한 기분에서 벗어나자고.

내 삶의 목적이 있는 곳, 그곳부터 다시 정리해나가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