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의 일이란 모든 살아있는 것을 꺾어오는 일이다. 물이나 돌이 아니고서야
나물이든 열매든 장작이든 짐승이든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을 해치는 일이다.
스스로를 통제하지 않으면 더 많은 죄를 지을 것이다.
할매와의 산행은 겨울이면 잠정 휴식이다. 모든 성장하는 것들이 스스로 견디기 힘들어
쉬는 시간, 겨울에 산으로 드는 일은 잠들어 있는 생명들을 공격하는 것으로 반칙이다.
그래서 겨울산은 금기의 산이다.
매번 산으로 발을 들이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산의 초입에서 늘 혼자말로 읊조린다.
저 들어갑니다. 받아주세요. 발을 몇 번 두드리고 헛기침을 한다.
서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일단 산으로 들어가면 마음은 평온하다.
숲의 생명들로부터 보호받는 느낌이 든다. 안으로 들인 것을 지켜주는 숲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숲에서 그리운 이를 만나다 중에서 /차윤정 , 시안 2009, 겨울호
숲은 살아있는 자연이 숨쉬는 집이다.
남의 집을 방문할 때에도 예의가 있는 것처럼 숲에 들어가는 것도 예의를 다해야 할 것 같다.
나무나 풀들이 말은 하지 않지만 우리들의 걷는 소리, 말 소리에 귀기울여준다고 생각하면
허투루 해치는 일은 하지 못할 것만 같다.
지금쯤은 침묵속에 잠들어 있을 겨울 산....
커다란 담요라도 덮어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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