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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할 수 없는 확고한 '사실'

kiku929 2010. 1. 13. 22:50

 

 

섬 사람에게 해는 바다에서 떠서 바다로 지며,

산골 사람에게 해는 산봉우리에서 떠서 산봉우리로 지며,

서울 사람에게 있어서 해는 빌딩에서 떠서 빌딩으로 지는 것입니다.

이것은 섬 사람이 산골 사람을, 서울 사람이 섬 사람을 설득할 수 없는

확고한 '사실'이 됩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中 / 돌베게

 

 

 

사람마다 바라보는 면이 달라서 내가 그와 같은 면을 보고 있지 않는 한은

그와 나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하는 건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사람은 이해할 수 있는 상상력도 있어서

섬 사람이 산골 사람에게 해를 설명할 때 섬이 산골과는 다른 지역적 특성을 잘 설명해준다면

아마도  산골 사람이라 하더라도 섬에서 해가 뜨고 지는 것을

상상하며 이해해줄 수 있을 것이다.

 

간혹 말이란 것이 오히려 소통에 장애가 되기도 하지만

많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언어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언어만큼 좋은 소통의 방법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언어들은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상대의 마음을 노크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언어는 어딘가에 살아 숨쉬고 있다가 시간이 흐른 어느 날인가 문득 

상대의 마음에서 싹이 트고 자랄 때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인간들은 언어라는 씨를 끊임없이 뿌리는 것이다.

 

'나를 알아줘...나를 이해해줘...'

말로, 편지로, 문자로, 전화로, 글로...

 

그 몸짓이 때로는 역설적인 것만 같아 애처로울 때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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