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척, 아프다
길상호
술 취해 전봇대에 대고
오줌을 내갈기다가 씨팔씨팔 욕이
팔랑이며 입에 달라붙을 때에도
전깃줄은 모르는 척, 아프다
꼬리 잘린 뱀처럼 참을 수 없어
수많은 길 방향 없이 떠돌 때에도
아프다 아프다 모르는 척,
너와 나의 집 사이 언제나 팽팽하게
긴장을 풀지 못하는 인연이란 게 있어서
때로는 축 늘어지고 싶어도
때로는 끊어버리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감전된 사랑이란 게 있어서
네가 없어도 나는 전깃줄 끝의
저린 고통을 받아
오늘도 모르는 척,
밥을 끓이고 불을 밝힌다
가끔 새벽녘 바람이 불면 우우웅...
작은 울음소리 들리는 것도 같지만
그래도 인연은 모르는 척
*시집<오동나무 안에 잠들다>
'모르는 척, 아프다'라는 시제에
내 마음도 따끔거린다.
그래도 모르는 척,
음악을 들으며
창밖으로 시선을 던진다.
커피 한 모금 꿀꺽 목구멍으로 삼킨다.
......
황사에 날이 부옇다.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미의 날 / 양애경 (0) | 2010.01.14 |
---|---|
풀꽃 / 나태주 (0) | 2010.01.14 |
오래된 질문 / 이덕규 (0) | 2010.01.14 |
봄 / 김광섭 (0) | 2010.01.14 |
한순간 / 이정자 (0) | 2010.0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