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장미의 날 / 양애경

kiku929 2010. 1. 14. 20:44

 

                        

 

 

 

     장미의 날

 

                  

                       양애경

 

 

장미의 기분을 알 것 같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가지 위에

솜털 같은 가시들을 세우고

기껏 장갑 위 손목을 긁거나

양말에 보푸라기를 일으키거나 하면서

난 내 자신쯤은 충분히 보호할 수 있어요

라고 도도하게 말하는

장미의 기분

오늘 나는 하루 종일 가시를 세우고 있었다

그리고 밤에는

가위에 잘려 무더기로 쓰러지는 장미꽃들과 함께

축축한 바닥에 넘어졌다

 

 

 

 

 

언제부턴가 가시가 달린 식물이나

단단한 껍질을 가진 동물에 연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속내는 참으로 여리디연한 순한 마음이란 걸,

아무리 강한 척해도 내 눈에는 그 척,하는 마음이 훤히 보이는 것이다.

 

아이들이 가끔 내 마음을 아프게 하고 반항을 해도

난 그때마다 그 착한 속이 보여 안쓰럽기만 하다.

그럴때면 무조건 꼬옥 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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