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숍을 운영한지 일년이 지났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시작했던 일,
커피숍은 내게는 친근한 장소였지만 커피 외의 음료는 마셔본 적이 없는 내가 수십가지가 되는 음료를
맛도 모르고 시작했던 그 무모한 일을 돌아보면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그 말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조금씩 이 세계를 알면서 나는 밤낮으로 음료의 메뉴와 레시피만 생각했다.
꿈인지 생각인지 구별할 수 없는 잠을 잤다.
그래도 나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고 그래서 우울했고 좌절했다.
자신없는 음료가 나가고나면 바로 그대로 해서 먹어보고 괜찮으면 안도했고 맛이없으면 그 손님이 다시 올 때까지
신경 쓰였다.
기성품은 점점 줄였고 되도록 직접 만든 음료들로 대체해갔다.
그럼에도 맛에는 여전히 자신이 없다.
그래도 나는 내게 주문을 외운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었다.
그것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는 늘 그 주문을 외우며 출근하고 청소하고 준비하고 일했다.
그리고 그 주문을 외우며 퇴근 준비를 하고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갔다.
지금까지 와주는 손님중 오로지 주인만을 보고 오는 분은 없을 것이다. 나름 좋은 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내게는 내가 자리잡는 과정을 지금까지 지켜봐준 분들이라 여긴다. 그래서 감사하다.
이제 나는 우리 커피숍의 문을 나갈 때의 손님들의 표정을 보면 여기에 있었던 시간이 흡족하였는지 아닌지를 알 수가 있게 되었다.
내가 자부할 수 있는 것은 적어도 손님들이 내가 만든 음료를 받아들면서 정성을 들였다는 것이 전달되도록 노력했다는 것이다. 우리 손님들중 많은 분들이 내게 잘 먹고 간다고 인사하고 간다. 감사하다고도 한다.
그럴 때 나는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한다.
나는 음료를 팔지만 어쩌면 정성을 파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어느 공간에서 떠드는 사람이 있을 때 기분이 언짢아지는 것은 무시당한다는 기분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음료 한 잔을 내는 그 사이 나는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담는다.
나의 공간 안에 들어와 있는 동안은 평안하기를, 일상을 털어내고 선한 감정의 채널을 불러오기를, 이런 바램이 내 카페를 지켜나가는 자존심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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