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마음

예상은 빗나가지 않고

kiku929 2020. 11. 25. 20:35

거리두기 2단계 이틀째,

예상대로 오늘 최저의 매출을 기록했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고 비수기라는 한 겨울에도 오늘 같은 매출은 없었다.

판매한 음료보다 내가 하루종일 마신 음료가 많았다.

심심해서, 출출해서, 할 일이 없어서, 시간이 안가서, 환풍기에서 밀려들어오는 옆집의 생선구이 냄새를 지우기 위해서

그라인더에 원두를 갈고 우유를 섞고 소스를 넣고...

그래도 시간은 남아 돌았다.

책을 읽는 시간이 너무 널널하니 오히려 책을 읽는 것이 피로였다.

혼자있는 공간이라 난방도 틀지 않고 언제나 겨울이면 발이 차가운 내 발은 몸과 전혀 다른 체온으로 다른 사람의 발을 달아놓은 것 처럼 털부츠 속에서 차가워져도 아직은 견딜만 하였다.

 

단골인 보험 설계사도 돌아가고 손님을 모시고 온 부동산에서 일하는 남자들도 모시고 온 손님을 다시 모시고 돌아가고 유치원이 끝나면 다음 학원까지 시간이 비어 늘 아이를 데리고 오는 엄마도 돌아갔다.

얼마 안되는 손님중 쿠폰 손님이 오늘따라 많았어도 나는 쾌활하게 음료를 더 정성스럽게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포스기에서 오늘의 매출을 확인했다.

 

코로나보다 월세내는 게 더 무섭다고 했던 말을 오늘은 나도 실감하며 동감했다.

이것이 '진인사대천명'의 '천명'일까.

아니겠지,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니까...

 

어제 밖에 설치해놓은 사슴모양의 트리가 예쁘게 반짝이는 가게 앞.

모든 깜박이는 불빛은 별빛이 되고 싶었던 빛이라면, 저 반짝이는 빛은 어쩌면 아무렇지 않은척 앉아 있는 내 마음 같은 빛인지도...

빛이 있는 공간은 거짓말 같지만 거짓말처럼 진짜 같이 보이기도 한다.

나는 아무렇지 않아요, 하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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