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po Syvänen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사람
전동균
1
봄밤, 삼청공원
활짝 핀 벚꽃나무 그늘에서
연인들이 쪽,쪽 입맞추는 소리 들린다
그래, 사랑은
이 세상의 사랑은 확인되어야 하지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져지고
더운 몸으로 껴안을 수 있어야 하지
2
나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사람,
눈부신 꽃잎 뒤에 숨어 있는
겨울날의 눈보라와
그 속을 홀로 걸어간 사람을 기억하며
아직 꽃피우지 못한 나뭇가지에
가만히 내 숨결을
불어넣는다
숲 그늘은 비밀처럼
깊어지고, 누가
내 곁에 와 서 있다
*시집<함허동천에서 서성이다> 세계사, 2002
보인다는 거, 보여진다는 거...
그건 열정을 필요로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나이를 먹을수록 보여지는 건 점점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 공간이 많아지는 지도 모르겠다.
육안은 점차로 흐려지고
보이지 않는 진실을 보는 심안이 대신 밝아지는 것일까?
사람과의 관계는 그림을 그리는 거와 같다고 생각했다.
좋은 그림이 대상과 여백의 적절한 비율에 있듯이
관계도 그래야 할 것 같다고...
실감과 독백의 알맞은 배합,
아름다운 관계라 함은 그런 것이지 않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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