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를 뽑다
이덕규
살아있는 문장 끝에 박힌 마침표처럼
흔들거리는 개 말뚝 다시 고쳐 박자고 무심코 쑥 뽑았는데, 아뿔사
잡을 새도 없이
어떤 넘치는 힘이 무거운 쇠사슬을 끌며
멀리 동구 밖으로 뛰쳐나가는 경쾌한 소리 듣는다
일생을 단 한 줄로 요약한 단문 끝에 말뚝처럼 박힌 뒷산 무덤가 비석들
모조리 뽑아주면
죽음 너머 밝은 귀 서넛쯤 하던 일 멈추고 솔깃하겠다
저 소리, 돌아오지 않는 단순한 문장의 길고 먼 여운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이 마침표에 봉인된 채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사막의 모래 속에서, 강물의 바닥에서, 누군가의 마지막 일기장에서,
그리고 무덤 마다 마다에...
혹시나 알겠습니까.
당신이 떠난 자리에 심어둔 말뚝같은 비석 하나,
그 마침표를 뽑아주면 생시처럼 다시 찾아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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