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에 기대어
고영민
활짝 핀 목련꽃을 표현하고 싶어
온종일 목련나무 밑을 서성였네
하지만 봄에 면해 있는 목련꽃을 다 표현할 수 없네
목련꽃을 쓰는 동안 목련꽃은 지고
목련꽃을 말해보는 동안
목련꽃은 목련꽃을 건너
캄캄한 제 방(房)에 들어
천천히
귀가 멀고 눈이 멀고
휘어드는 햇살을 따라
목련꽃 그림자가 한번쯤 내 얼굴을 더듬을 때
목련꽃은 어디로 가는 걸까
이 봄 내내 나는 목련꽃을 쓸 수도
말할 수도 없이
그저 꽃 다음에 올 것들에 대해
막막히 생각해보는데
목련꽃은 먼 징검다리 같은 그 꽃잎을 지나,
적막의 환한 문턱을 지나
어디로 가고
말라버린 그림자만 후두둑,
검게 져 내리는가
*고영민 시집 <공손한 손> 창작과비평사
꽃이 피면
그냥 꽃만 보지
마냥 꽃만 보지
참으로 무심도 하게
가만가만 그 꽃이
다 이울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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