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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 섬 / 여한솔

kiku929 2021. 9. 23. 18:03

 

 

해파리 섬

 

 

여한솔

 

 

 손을 담그면 돌 같은 것이 만져진다. 단단한 미래가 부서진 일이다. 해풍에 빌려나온 기체가 다시 새나 언덕으로 들어가 흐른다. 뻐를 바른다. 가시나무가 자란다. 바다의 밑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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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컵의 둥근 밑동을 본다.

물에 번진 피와 해양생물의 닮은꼴

휘감는 것들은 은은하다

 

꿈의 물질처럼

아름다운 테두리를 떠올린다.

 

첨벙 뛰어든 소리

 

오래된 섬에 오래된 할머니가 있다.

능선을 따라 흰 새가 울음을 떨어트린다.

조류가 바뀐다.

 

부드러운 독이 자라서

맑은

해파리, 해파리

 

가장자리가 날카로운 돌을 지난다.

그때 나는

 

해변에 앉아 부서진 조개를 주웠다.

긁힌 바닥

 

얼음장 같은 믿음을 깨고

얼음장 같은 믿음

 

조각들이 찌르고 깨트려 찾는 무언가가

단단히 상처나는 동안

곡선은 빈자리를 채운다.

 

바다 위에서 찾는 아름다운 테두리

흔들리는 가장자리

 

위험을 느낄 수 없는 자세로

나는 창문에 이마를 댄다.

 

안팎을 뒤집어 달아나는

빛 해파리 과학적인 기력 물고기 떼, 밤이 헤엄과 낮잠의 어지러운 선들, 고쳐 쓰지 못한 매듭과 그물을 지나 무엇을 건져 올리나, 가시와 생선알이 가득한 산호무덤처럼 나는 마음을 헤집었다.

 

창문을

두드리던 미래는

손자국만 남기고 떠났는데

어린 나는 야광을 비춰 그것을 읽고 있었다.

 

잠수정이 멈춘다.

심장 절벽 각도 이런 것이 퇴적된

거대한 암석,

 

흰 지반을 지나는 폭우 같은 마음들

슬픔의 섬광은 멀리서부터 쏟아져 내렸다.

 

유연하게

끌어안는 절망

팔 안쪽에서부터 밀거나 당기던 것이 있지.

 

해안처럼 나는 어디를 걷는다.

몸 밖으로 내 것이 나온다.

 

흐르는 전류

작은 뇌 사랑 감각 불순물

 

 

 

- <<시와반시>> (2021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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