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투명도서관
한용국
책이 말했다
여기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기린- 얼굴이 옆에서 끄덕거렸다
양 - 어깨가 한 걸음씩 멀어졌다
창밖에는 흐름이 조용히 떠 있었다
햇살이 서가 끄트머리에 걸터앉았다
모두들 어떻게 살아가는 걸까
다만 기억하면 돼
낡은 의자가 품고 있는 발자국 냄새들을
십년 쯤 늙어버린 너구리 - 손이 다가왔다
시간은 사실 움직이는 게 아니야
그냥 웃는 거지
책이 살짝 기울어졌다
-《시와사상》 (2021 봄호) 중에서
*
이런 느낌의 시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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