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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투명도서관 / 한용국

kiku929 2021. 9. 17. 00:37

 

  시립투명도서관

 

 

 한용국

 

 

 책이 말했다

 여기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기린- 얼굴이 옆에서 끄덕거렸다

 양 - 어깨가 한 걸음씩 멀어졌다

 창밖에는 흐름이 조용히 떠 있었다

 햇살이 서가 끄트머리에  걸터앉았다

 모두들 어떻게 살아가는 걸까

 다만 기억하면 돼

 낡은 의자가 품고 있는 발자국 냄새들을

 십년 쯤 늙어버린 너구리 - 손이 다가왔다

 시간은 사실 움직이는 게 아니야

 그냥 웃는 거지

 책이 살짝 기울어졌다

 

 

 

 -《시와사상》 (2021 봄호) 중에서

 

 

 

 

이런 느낌의 시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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