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21년 11월 11일

kiku929 2021. 11. 11. 11:58

 

날이 차가워졌다.

어제부터 내의를 꺼내입었다.

내의를 입는다는것은 곧 겨울이라는 뜻.

 

날이 추워지면 돌아보기에 좋은 시간이 온다.

앞을 보고만 가도 세계 속의 일원으로 살기도 힘든 이 세상에서

돌아본다는 것은 어쩌면 무의미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돌아보면서 앞으로 나갈 힘을 얻게 된다.

 

되돌아본다는 것은 겸손해지면서 내 안에서 일어나는 헛된 욕망들을 거를 수 있게 해 준다.

지금 일어나는 이 욕망이 내 삶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분별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잘 산다'는 의미는 '사이가 좋다'는 의미와 같다고 한다.

잘 산다는 것은 그만큼 인간 관계, 특히 가까운 사이가 좋다는 것이 어느만큼 삶의 질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가를

말해주는 말이기도 하겠다.

 

나는 잘 살고 있을까? 질문을 해본다.

 

사이가 좋다는 것이 어려운 것은 '사이'라는 그 말 속에는 상대의 존재가 필요조건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나 혼자만으로 되지 않는 것, 그것은 정말 불가능할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까 잘 한 선택이라면,  사이가 좋을 수 있는 사람을 알아보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삶은 늘 지금 이 자리에서 이뤄지는 것...

아무리 좋은 땅이 저 멀리 있다 한들

내가 가진 씨앗은 내 바로 앞의 꽃밭에 심어야 하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좋지는 않아도 편할 수는 있을 것이다.

편하다는 것은 바람직하고 현실 가능한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을존종하고 지키는 것만으로도 가능할 일일 테니까.

어쩌면 어떤 집단이든 좋은 규칙, 그러니까 좋은 시스템 속에서 좋은 관계가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곧 겨울,

나는 이상하게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고 실내에 히터를 틀기 시작할 때 가슴이 설렌다.

마치 봄날 나무에서 싹이 올라오는 것을 볼 때처럼.

그리고 새롭게 다짐하게 된다.

 

뭔가를 다짐하게 된다는 것은 삶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다짐하게 되는 날, 그리고 두근거리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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