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차가워졌다.
어제부터 내의를 꺼내입었다.
내의를 입는다는것은 곧 겨울이라는 뜻.
날이 추워지면 돌아보기에 좋은 시간이 온다.
앞을 보고만 가도 세계 속의 일원으로 살기도 힘든 이 세상에서
돌아본다는 것은 어쩌면 무의미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돌아보면서 앞으로 나갈 힘을 얻게 된다.
되돌아본다는 것은 겸손해지면서 내 안에서 일어나는 헛된 욕망들을 거를 수 있게 해 준다.
지금 일어나는 이 욕망이 내 삶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분별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잘 산다'는 의미는 '사이가 좋다'는 의미와 같다고 한다.
잘 산다는 것은 그만큼 인간 관계, 특히 가까운 사이가 좋다는 것이 어느만큼 삶의 질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가를
말해주는 말이기도 하겠다.
나는 잘 살고 있을까? 질문을 해본다.
사이가 좋다는 것이 어려운 것은 '사이'라는 그 말 속에는 상대의 존재가 필요조건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나 혼자만으로 되지 않는 것, 그것은 정말 불가능할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까 잘 한 선택이라면, 사이가 좋을 수 있는 사람을 알아보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삶은 늘 지금 이 자리에서 이뤄지는 것...
아무리 좋은 땅이 저 멀리 있다 한들
내가 가진 씨앗은 내 바로 앞의 꽃밭에 심어야 하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좋지는 않아도 편할 수는 있을 것이다.
편하다는 것은 바람직하고 현실 가능한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을존종하고 지키는 것만으로도 가능할 일일 테니까.
어쩌면 어떤 집단이든 좋은 규칙, 그러니까 좋은 시스템 속에서 좋은 관계가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곧 겨울,
나는 이상하게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고 실내에 히터를 틀기 시작할 때 가슴이 설렌다.
마치 봄날 나무에서 싹이 올라오는 것을 볼 때처럼.
그리고 새롭게 다짐하게 된다.
뭔가를 다짐하게 된다는 것은 삶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다짐하게 되는 날, 그리고 두근거리는 날...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20218 - 돌아가기 (0) | 2022.02.18 |
---|---|
220215 - 희망은 (0) | 2022.02.15 |
220214 - 소설 '간사지 이야기'를 읽은 날 (0) | 2022.02.14 |
2121년 마지막 달의 첫날 (0) | 2021.12.01 |
다시 (0) | 2021.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