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2121년 마지막 달의 첫날

kiku929 2021. 12. 1. 17:57

 

어찌어찌 또 한해가 저물어간다.

세월이 빠르다는 것이 이 정도일 줄이야.

 

우리 가게 앞 도로의 길이가 400미터 정도 되는데 카페가 네 군데다.

올해 두 군데가 생긴 것이다.

백미터에 하나씩이라니.

더구나 상권이라고 하기도 뭐한, 그저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 정도의 역할 정도가 전부인 이곳에

나눠먹을 것도 없음에도 자꾸만 생긴다.

 

처음 가게를 시작할 때 큰딸이 해준 말이 있다.

영원한 단골은 없다고...

그 말을 늘 염두에 둔다. 그래서 단골이 오다 안 온다고 해도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그리고 한동안 오지 않다가 다시 온다고 해도 역시 신경쓰지 않는다.

나는 오늘 찾아준 손님이 중요할 뿐이니까.

 

그러나 찐단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몇몇있다.

뭐랄까, 의리로 오는 손님들이다.

그렇다고 또 특별하게 내색하지는 않는다. 

 

내가 가게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것이다.

음료를 내고 그 음료를 받아드는 순간 손님이 뭔가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

그것이다.

 

우리 손님들은 거의가 단골인데 내게 고맙다고 인사하는 손님들이 참 많다.

고마운 것으로 치면 내쪽인데도 감사합니다, 사장님. 잘 있다 갑니다....

그런 인사를 받으면 나는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래서 가격을 올리지도 못하면서 재료는 점점 좋아지고 마진은 점점 줄어든다.

 

매상은 작년에 비해 떨어지긴 했다.

당연하지... 새로 오픈한 가게들도 살아야하니까.

그러나 나는 의식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냥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그렇게 나만의 색깔로 나만의 방식으로 가고자 한다.

손님을 위하는 마음도 변치 않으면서...

 

코로나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언제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까.

이런 작은 일이 소망으로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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