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우리집

kiku929 2022. 3. 13. 15:50

어젯밤 비가 내렸는데도 날씨가 포근하다.

후리지아가 피어나는 화분들을 밖에 내놓았다.

사람들이 지나다가 사진을 찍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우리 가게 앞의 길목에서 우리 가게가 꽃으로 가장 환하다.

 

요즘은 마음이 평화롭다.

오랜 잠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내가 살고 있던 주변을 처음 둘러보는 사람처럼 바라보게 된다.

거실도 부엌도 침대도 그리고 창밖의 경치도...

이곳에 이사를 온지 이제 8개월...

나는 지금 집이 마음에 든다.

개발지역이라 외지고 낙후된 곳이지만 한적해서 좋고 사람들이 많지 않아 좋다.

30년 넘게 인천에서 가장 번화한 곳에서만 살다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병원도 은행도 마트도 집 앞에 없다는 것이 적응이 안 되었지만 이제는 점점 편리해져간다.

 

우리 아파트 바로 옆, 그러니까 경계선에 성당이 있다.

지금 이 창문을 통해서도 바로 내려다보이는 곳.

언젠가 나는 어쩌면 성당에 다니게 될지도 모르겠다.

옛날부터 나는 막연하게 그냥 나이들면 종교는 갖는 것이 좋겠다고 늘 생각해왔으므로.

 

이곳은 높은 지대다. 그래서 멀리서 보면 우리 아파트는 우뚝 솟아 있다.

우리 아파트를 멀리서 볼 때마다 나는 행복해진다.

자기의 집이 이렇게도 좋다는 것을 비로소 여기에 와서 깨닫게 되었으니 나는 값진 경험을 한 것이다.

8개월을 살았어도 그 좋은 감정은 무뎌지지 않는다.

나는 마치 사람에게 느끼듯 집과 나무와 꽃... 이런 것들을 사랑하며 사는 사람 같다.

 

해마다 봄이 오지만 해마다 봄은 늘 처음과 같았다.

설레고 경이롭고 그래서 혼자 길을 걷다가도 자주 울컥하기도 한다.

올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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