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마음

용서에 대하여

kiku929 2022. 4. 15. 14:06

 

용서라는 말,

예전에는 누구를 용서한다는 말 자체가 실례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용서의 전제에는 자신이 과연 용서를 해줄 만한 사람인가,를 생각하고 그렇다고 끄덕일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

용서는 어떤 한 부분에서의 일이라는 것을.

전인간적인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 어떤 사건, 어떤 결과에 대해서는 분명 상처를 입힐 수도 상처를 받을 수도

있는 관계가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것이 일어난 책임이 100대 0이 아니더라도 더 많은 잘못을 한 사람, 더 많은 원인이 된 사람은 존재할 것이다.

그러므로 용서라는 것을 강박증처럼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용서는 궁극적으로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누군가를 싫어할 수는 있지만 미워하는 것은 자신에게도 고통이기 때문이다.

마음을 꽃밭이라고 가정할 때 그 마음에 굳이 안좋은 감정을 담을 필요가 없을 테니까.

마음은 오직 자신의 것이니까.

그러므로 용서할 수 있다면 용서를 하는 쪽으로 나가야 한다.

상대에 닿든 안 닿든, 상대가 바라든 바라지 않든,

상처를 준 사실조차 상대가 모른다고 해도

자신의 마음에서 털어내기 위한 의식을 치뤄야 한다.

그래, 이해하자, 용서하자, 잊자...

그리고 자신의 길을 씩씩하게 가는 것이다.

 

나의 인생에는 세 가지의 목표가 있다.

하나는 돈의 빚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실현불가능할 것만 같다. 부모님께, 그리고 부모와 같은 오빠에게는 갚을 수 없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마음에 미움을 갖고 이 세상을 떠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내가 이 세상에 왔다 간 자리를 최소한의 흔적만 남기고 가는 것이다.

 

내가 용서라는 말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두 번째, 미움을 갖고 떠나지 않기 위함이다.

그런데 살아갈수록 이것을 지킨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느낀다.

그래서 요즘은 매일 조금이라도 걷는다.

걸으면서 그 걸음만큼 멀어졌다고 스스로 느끼면서 말이다.

 

연둣빛 가로수잎이 싱그럽게 세상을 채워가는 요즘이다.

해마다 비웠다가 새로 채우곤하는 나무를 닮아야겠다고 다짐하며 나는 매일 아침 가게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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