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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하는 그는 공을 들고 벽 앞에 선 아이 같다

kiku929 2022. 7. 12. 10:11

 

 

사랑을 하는 그는 공을 들고 벽 앞에 선 아이 같다.

그는 자신의 말을 던진다. 빛을 발하는 이 말의 공 ' 너를 사랑한다'는 혼자서 둘둘 감긴다. 그는 그것을 벽에 대고 던지지만, 남은 세월 내내 벽은 그에게서 날마다 멀어져간다. 공이 되돌아오기를 기대하면 수천 개의 공을 던지지만 돌아오는 공은 하나도 없다. 그래도 그는 멈추지 않는다. 언제나 미소 띤 얼굴이며, 믿음을 잃지 않는다. 그에게는 놀이 자체가 보상이다. 사랑하는 것 자체가 보상이다.

 

 

- 아시시의 프란체스코 / 크리스티앙 보뱅 (이창실 옮김, 마음산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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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대상은 그것이 무엇이든 다 똑같은지도 모른다. 연인이든 문학이든 자식이든 꽃이든...

사랑의 목적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그 자체- 쓰고 보니 노래의 가사다- 그리고 그 목적이 결국 삶을 지탱하는

힘이 아닌가 싶다.

 

어려운 것은 사랑은 받는 일보다 주는 일 같다. 사랑을 주려면 먼저 어떤 대상에 사랑하고픈 마음이 들어야 하고

그 마음은 열정을 필요로한다. 그것은 노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랑은 아날로그 방식이라 일일이 마음을 써야 하는 일이다. 삶에 게으른 사람은 사랑을 할 수가 없다. 혹자는 사랑할 대상만 찾게 되면 바뀐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럴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지속하는 것은 성실과 인내와 정성, 그리고 부지런함.

 

나에게 사랑할 대상, 문학이 있다는 것은 정말 축복받은 일이다. 그리고 그 열정이 뜨겁지는 않으나 지속할 정도는 된다는 것이 감사하다. 아무나 그런 마음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사랑할 대상이 문학이 아니고 세속과 잘 어울리는 것이었다면 현실적으로 더 풍요롭게 살 수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나라는 사람은 애초 그런 것을 사랑할 수 없게 만들어졌으니 내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제 나의 사랑은 범위가 넓어진 것 같다. 사람이 아닌 것에도 얼마든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무엇보다 그런 사랑에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충만되었다고 할까...

사랑은 사랑 하는 그 자체가 이미 보상을 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