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비 가는 소리 / 유안진

kiku929 2010. 1. 15. 17:58

 

                   

 

 

 

    비 가는 소리

 

 

                          유안진

 

 

 비 가는 소리에 잠 깼다

 온 줄도 몰랐는데 썰물소리처럼

 다가오다 멀어지는 불협화의 음정(音程)

 

 밤비에도 못다 씻긴 희뿌연 어둠으로, 아쉬움과 섭섭함이 뒤

축 끌며 따라오는 소리, 괜히 뒤돌아보는 실루엣, 수묵으로 번

지는 뒷모습의 가고 있는 밤비소리, 이 밤이 새기 전에 돌아가야

만 하는 모양이다

 

 가는 소리 들리니 왔던 게 틀림없지

 밤비뿐이랴

 젊음도 사랑도 기회도

 오는 줄은 몰랐다가 갈 때 겨우 알아차리는

 어느새 가는 소리가 더 듣긴다

 왔던 것은 가고야 말지

 시절도 밤비도 사람도......죄다.

 

 

 

 

 

비는 소리라도 있어 오고 가는 줄을 알지.

그 소리 그치면 이제 아주 갔구나, 또 생각도 하지.

 

세월에도 사람의 마음에도 방울이 달려 소리가 났으면 좋겠다.

눈치없는 나같은 사람, 그 소리라도 있으면

오는구나, 가는구나... 알아차리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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