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봄 우레 / 박형준

kiku929 2010. 1. 15. 17:58

                            

 

 

 

봄 우레

 

 

                     박형준

 

 

어머니

당신은 언제 손거울을 꺼내 얼굴을 보십니까

당신의 그리움은 언제

배추 이랑에 때까치처럼 내려앉습니까

젊었을 적 눈썹 그릴 때만 보던

손거울은 어디에 숨겨두셨습니까

 

감꽃이 소낙비처럼 떨어지는 날엔

당신은 친정집 툇마루에

처녀로 앉아 있는 꿈을 꾸십니까

 

당신 없는 고향집

문설주에 기대어

봄 우레를 듣고 있습니다

겨울날 울타리 밑에서 햇볕을 쬐는

고아들이 따뜻하지만 몸을 떨듯이

 

어머니

봄에 우는 우레는

울어도 우레 같지 않습니다

먼 산에서 나지막하게 우는 당신 같습니다

 

숨겨둔 손거울 같은

당신의 삶이 몰래 운 것입니다

 

 

2009, 제 24회 소월시 문학상 대상 수상작 중

 

 

 

   

'숨겨둔 손거울 같은...'

이 구절에서 내 눈은 촉촉히 젖는다.

그리고 나의 지나온 흔적들을 뒤돌아 밟아가며

그 거울을 다시 손에 쥐어본다.

거울을 보며 난 눈썹을 그리는 대신

내 꿈과 사랑을 혼자 비추어 보는 것이다.

 

먼 훗날, 우리 아이들이 오늘처럼 봄비 내리는 날,

어쩌면 봄 우레가 치는 감꽃 후두둑 떨어지는 밤에,

 

엄마가 숨겨 두었던 소리들을

이곳에서 다시 듣게 될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볼품없는 나의 영세한 풍경 하나를 걸어둔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my pace,

그렇게...

 

밖은 여전히 비가 내리는 깊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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