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나루터에서, 오늘
안부가 그리운 날
양현근
사는 일이 쓸쓸할수록
두어 줄의 안부가 그립습니다
마음안에 추절추절 비 내리던 날
실개천의 황토빛 사연들
그 여름의 무심한 강역에 지즐대며
마음을 허물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를 완전하게 벗는 일이라는 걸
나를 허물어 너를 기다릴 수 있다면
기꺼이 죽으리라고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내릴 거라고
사는 일보다
꿈꾸는 일이 더욱 두려웠던 날들
목발을 짚고 서 있던
설익은 시간조차도 사랑할 줄 모르면서
무엇인가 담아낼 수 있으리라
무작정 믿었던 시절들
그 또한 사는 일이라고
눈길이 어두워질수록
지나온 것들이 그립습니다
터진 구름 사이로
며칠 째
먹가슴을 통째로 쓸어내리던 비가
여름 샛강의 허리춤을 넓히며
몇 마디 부질없는 안부를 묻고 있습니다
잘 있느냐고.
오늘은 두물머리에 다녀왔습니다.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앞으로도 여러번은 오겠구나, 생각했더랬지요.
강가에 커다란 느티나무와 작은배가 있는 것이 고작인데도
마음이 울적할 때면 생각나는 곳입니다.
연꽃잎이 떠있는 길을 걸으며
가슴에 떠있는 내 안의 별들을 하나씩 하나씩 꺼내보았습니다.
사는 일이 그리워하는 일이라면
오늘도 난 안부를 물으며 하루를 살았습니다.
잘 있느냐고,
잘 있을 거라고,
가끔은 내가 안부를 묻듯 나의 안부도 묻는 날 있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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